Monday, April 26, 2010

제 8회 경기마라톤 후기

지난 18일 제 8회 경기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4시간 54분으로 풀코스를 완주한 사실에 정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받았다. 그 뒤로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는 것이 벌써 1주일이 지나서야 올리게 되었다.



어떨결에 완주하게 된 베를린마라톤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가 첫 공식적인 풀코스 도전이다. 8시 30분 출발 총성이 울릴때 까지 5km, 10km, 하프코스, 그리고 풀코스 모두 대형을 맞추어 몸풀기 운동을 했다. 몸을 풀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풀코스에서 함께 뛰게 될 사람들 대부분은 다리에는 근육을 따라 테이프를 붙이고 옷에는 '000마라톤동호회' 등과 본인의 이름이 적힌 마라톤 매니아들이었다. 과연 첫 번째 마라톤 기록 도전에 풀코스부터 뛰어도 되려나하는 의구심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몸 풀기 운동이 끝나고 제일 먼저 풀코스 주자들이 출발선에 올랐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카운트다운으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가능한 앞 줄에서 선두그룹에 속해 달렸다. 경기장을 벗어나 한참을 달렸을까, 어느새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씩 앞으로 치고나가기 시작했다. 뛰기 전부터 마음 속으로 5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주위에 사람이 없기에 한참 뒤 처진줄 알았는데 옆에서 '3:20'이 적힌 풍선을 허리춤에 맨 페이스 메이커가 지나갔다. 10km까지는 이처럼 꽤 빠른 속도로 달렸다.
20km를 지나면서 근육에 힘이 빠지는걸 느꼈다. 옆으로 '4:00'을 알리는 페이스 메이커가 지나갔다. 장안문을 돌아 화성시를 거쳐 병점역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성균관대역까지 올라왔다. 더 이상 근육에 힘이 안들어가 뛰기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익숙한 옷차림이 눈에 뛰었다. 도로에는 가족들이 나와있었다. 박수를 치며 초콜렛을 건내주시는 어머니와 100m 가량을 응원과 함께 뛰어주신 아버지. 여기서부터 다시 힘을 내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35km가 지나면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에서 다리가 풀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4:30'을 알리는 페이스 메이커가 지나갔다. 한참을 걷는 속도로 뛰었다.

그러던 중 한쪽 팔이 없는 마라톤 도전자가 옆을 지나서 계속 뛰어나갔다. 그 순간의 찰라에 감동의 눈물이 맺혔다. 내 도전이 얼마나 미진했고 값비싸게 포장되었는지 깨달았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달리는 정신이란 바로 이것이라 느꼈다.

40km를 지나자 출발지였던 수원종합체육관을 가리키는 도로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초시계는 4시간 40분을 지나고 있었다. 5시간 안에 들어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서는 이제부터 절대 걸으면 안되었다.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한발 한발 뻗어나갔다.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자 이미 완주를 마친 사람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마지막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마라톤 주자들이 경기장 트렉을 돌면서 골인점까지 달릴때 기분이 어떨지 많은 상상을 했었다. 직접 체험해 보니 한마디로 '해냈다!'라는 짜릿한 느낌과 무거웠던 몸은 어느새 솜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마지막을 향해 달리게 된다.
공식기록 4시간 54분 37.37초로 결승선을 지나 풀코스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응원을 해준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면서 도전승리를 자축했다.

젊음을 시험해 보고싶은 마음에 출전한 마라톤 풀코스는 젊음이 결코 나이가 어린 것이 아니라 뜨거운 도전정신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끊까지 쉬지않고 달린 아주머니와 한 팔이 없던 아저씨. 그리고 200회 풀코스 완주를 기념하는 할아버지. 이 분들의 뜨거운 열정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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