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November 15, 2010

2010년을 뒤돌아 보며

백호의 해라며 시끌벅적하게 시작한 올해도 어느덧 두달 남짓 남았다. 호랑이 띠라 그런지 올해는 시작부터 괜시리 많은 기대와 포부를 담게 되었던 해였다. 이런 한 해를 조금은 일찍 마감하면서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2010 학년도 학회지에 내 이야기를 싣고 싶다하여 부끄럽지만 글을 써서 보냈다. 이곳에도 그 글을 옮겨 담아둔다.



교수님, 교직원 선생님, 그리고 선배님과 후배님께

안녕하세요,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2005학번 노지훈( @JihoonRoh )입니다.

올해는 본의 아니게 학과 전체 메일 및 교내회보를 통해 종종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이렇게 학회지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김성환 후배님 감사합니다.

기고 요청을 받고 어떤 멋진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제 근황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합니다. 2010년은 개인적으로 많은 도전과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해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 7월부로 전역을 하여 다시 태어난 마음으로 사회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오히려 특혜라고도 할 수 있는 용산 카투사로 22개월 군복무를 했습니다.

2008 9 8 입대 후 9 15일 리만부라더스의 파산 소식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접하며 반토막이 났을 펀드 수익금이 아른거렸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5주간의 시간. 훈련소 담장 너머의 소식에 갈증을 느꼈습니다. 이런 날들이 하루 하루 지나며, 어느새 정보에 대한 갈증도 무감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내면에서 울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용산으로 자대배치를 받은 후에도 자신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었지만 근접할 수 있는 조언들을 책에서 발견했습니다. 분야가 정해지지 않은 종횡무진 독서는 동서양의 인물, 역사, 소설, 그리고 철학 등으로 갈팡질팡했습니다. 어느새 부대 한편에 진열된 독서대의 책을 거의 다 읽게 되었을 때 군대에서 맞는 두번째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2009 12. 신촌에 있는 어느 공간대여 세미나실에서 열린 다개국어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한번에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본어로 물어보는 서양인, 중국어로 대답하는 한국인,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는 인도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다양한 언어로 함께 떠들고 웃는 모습은 신선한 자극이었고 새로운 동기유발이었습니다.

2010 1.다개국어 스터디를 주최하는 G9Languages 에 들려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캠코더 하나를 빌려 광장시장에서 파전을 먹는 일본인 관광객 인터뷰를 처음으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유튜브로 공유했습니다. 하루는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산사에 들려 그들과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며 그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했습니다. 많은 걸 느끼고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10 3. 국립중앙도서관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도서관 선진화 논문 공모를 준비하며 내부에서 바라보는 도서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주말시간을 활용해 도서관에서 사회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매시간 반복되는 도서정리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의 분야가 무엇이고 어떤 정보에 대한 갈증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2010 4. 8회 경기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도전했습니다. 포항에서 수업 전 새벽수영으로 다져온 체력과 매일 구보로 단련된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4시간 54분이라는 기록보다 5시간 남짓 달리며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100회 완주를 목표하는 60대 할아버지, 35km 지점에서 지쳐있는 저를 앞질러 달린 팔 한쪽이 없던 장애인, 그리고 결승점에서 저를 기달려주신 부모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또 한번 변화게 되었습니다.

2010 6. 국립중앙도서관 주최 대학()생 도선관 선진화 논문 공모에서 1등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수상자 중에는 문헌정보학 및 행정학 전공자들은 있었지만 공학 전공자는 유일했습니다. 자료 조사 및 논문 검증 단계에 머물지 않고 직접 도서관 사회봉사 활동과 다양한 사서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논문이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합니다. 이를 통해 도서관장이란 꿈에 한 발 짝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2010 7. 전역을 20일 앞둔 금요일 저녁. 처음으로 Prezi 오픈세미나를 신촌 다개국어 스터디가 열렸던 그 공간에서 개최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이를 계기로 Prezi 를 주제로 다양한 곳에서 강연 초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국내 최대 규모의 Prezi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부다페스트의 본사와 함께 Prezi 한글 테마 개발을 기획하여 한글날에 맞춰 발표하게 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2010 10. 매일경제에서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을 통해 전 세계의 지성과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 노벨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그리고 화재의 인물 쑹훙빙, 니얼 퍼거슨 등 이 밖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 학자, 경제인, 정치인들이 함께한 자리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자금을 마련해 2 3일간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스위트룸을 빌려 동거동락하며 3일간 세계지식포럼의 현장감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에서 주관하는 세계지식포럼은 많은 스탭을 대학생으로 선발하여 이와 같은 국제적인 포럼에서 봉사를 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매우 다양한 학교와 전공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포항공과대학교 학생은 제가 유일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2010 11. 쏜 화살 같이 달려온 2010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Prezi를 처음 접한 뒤로 국내에서도 TED컨퍼런스와 같은 지식나눔과 지적유희를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11 5일 강남의 카페 한곳을 빌려 그 동안 인연을 맺어온 50 여명의 연사들을 모시고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다질 수 있는 Prezi 파티를 기획했습니다. 조그만 변화로 우리사회가 일보 진전했음을 느끼는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글을 쓴다는 건 말을 한다는 것보다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기록으로 남아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두고 걸어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글이 후배님들에게 좋은 이정표 중 하나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