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09, 2010

독서의 즐거움

훤칠한 키에 인자한 얼굴을 가진 손욱 농심 회장(전 삼성SDI 사장)도 여느 회장들과 마찬가지로 독서를 즐긴다. 그 중에서도 문학서적 300권/ 역사서적 200권/ 철학서적 100권은 읽어야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문사철(文史哲)600'을 강조한다. 한국공학한림원 CEO포럼을 통해 손욱 회장님을 처음 뵙고 악수를 나눌 때 180을 훌쩍 넘는 키에 농구선수 같은 큰 손바닥은 삼국지의 관우를 연상시켰다. 이 때 받은 강한 인상이 독서에 열의를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방학 때마다 지도교수를 포함한 여러 지인에게 방학 동안 읽을 추천 도서 목록을 부탁했다.  이러한 부탁을 통해 알게 된 책들 중에 보물들이 적지 않다.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세스 고딘의 <보라빛 소가 온다>, 돈 탭스코트의 <위키노믹스>, 마이클 루이스의 <라이어스 포커>, 그리고 론 처노의 <금융제국 J.P. 모건> 등이 있다. 방학 동안 읽은 양서는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

하지만 학업 및 진로에 관한 책만을 고르다보니 경영/경제 분야의 도서만을 편식하는 버릇이 생겼다. 더욱이 대형 문고의 경제/경영 분야 서재는 한 달이 채 다 가기도 전에 새로운 이론과 평가로 바뀌었다. 따라서 2007년 SERI 보고서를 읽고 한 해를 보낸 뒤에 2008년에도 SERI 보고서를 읽어야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계속해서 이와 같은 식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쓴 보고서를 따라가기에만 급급하겠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독서의 목적은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함만이 아니라 내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혜안을 갖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바쁠 수록 천천히라는 말을 곱씹으며 눈 앞의 세상에 대해 말해 주는 트랜드 위주의 경영서를 지양하고 마음의 양식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가진 것도 이맘 때이다.

괴테와 톨스토이를 비롯해 알랭 드 보통, 파올로 코엘료, 공지영,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등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알게되었다. 뿐만아니라 이들이 그리는 D이야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런 독서의 기쁨을 누리던 중 한비야씨가 <그건, 사랑이었네>에 6가지 감정으로 정리한 독서의 즐거움이 맘에 와 닿았다.
독서의 즐거움이란 책 읽는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찾는 기대감, 찾아내서 빌려 올 때의 뿌듯함, 이미 대출된 책의 차례를 기다리는 설렘, 점심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종로서적'에 가서 내 책을 사는 기쁨, 그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보는 흐뭇함, 그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받는 날까지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조바심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이다(p162)
독서에 대한 즐거움이 커갈 수록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도서관을 짓기 위한 꿈도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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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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