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부사관들 중에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형이 있다. Campbell 중사는 나이가 거의 아버지 뻘이라 형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지만,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부른다.
한국말이 유창한 Campbell 형을 만날 때 마다 한국어로 인사를 나눈다. 하루는 내가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을때 Campbell 형이 찾아왔다. 옆에서 가만이 내가 읽던 책의 제목을 보더니, '그거 우리나라 말로 쓴 책이야?'하고 물었다.
순간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다. 한국말로 쓴 책이냐고 물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Campbell 형의 우리나라는 미국이니까 영어로 쓴 책이냐고 물은 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뭐라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음,, 우리나라요? 형은 미국사람이고 나는 한국사람인데,,아무튼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에요'라고 했다.
사무실을 나서며 Campbell 형은 트레이드 마크인 호탕한 미소와 함께, '그래! 우리나라, 너랑 나랑 우리!'라며 대답했다.
글로벌을 지향하자는 내 마음가짐에 '우리'라는 울타리는 너무나 좁았다. 내 머리속의 우리는 폐쇄형 우리였다. 우리는 너희와 다름을 보여주는 선긋기였다.
앞으로는 우리를 너희도 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우리로 재정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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