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07, 2010

'우리'라는 울타리

미군 부사관들 중에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형이 있다. Campbell 중사는 나이가 거의 아버지 뻘이라 형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지만,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부른다.

한국말이 유창한 Campbell 형을 만날 때 마다 한국어로 인사를 나눈다. 하루는 내가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을때 Campbell 형이 찾아왔다. 옆에서 가만이 내가 읽던 책의 제목을 보더니, '그거 우리나라 말로 쓴 책이야?'하고 물었다.

순간 무엇이라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다. 한국말로 쓴 책이냐고 물은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Campbell 형의 우리나라는 미국이니까 영어로 쓴 책이냐고 물은 것 같기도 해서 말이다.

뭐라 대답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음,, 우리나라요? 형은 미국사람이고 나는 한국사람인데,,아무튼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이에요'라고 했다.
사무실을 나서며 Campbell 형은 트레이드 마크인 호탕한 미소와 함께, '그래! 우리나라, 너랑 나랑 우리!'라며 대답했다.

글로벌을 지향하자는 내 마음가짐에 '우리'라는 울타리는 너무나 좁았다. 내 머리속의 우리는 폐쇄형 우리였다. 우리는 너희와 다름을 보여주는 선긋기였다.
앞으로는 우리를 너희도 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우리로 재정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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