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25, 2010

프로이트의 의자에 누워 인셉션을 보다

   친구의 소개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정신분석의인 정도언 교수의『프로이트의 의자』를 접했다. 그 친구는 한 동안 실연의 아픔으로 가슴앓이를 하던 중 이 책을 읽고 마음을 치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용서란 내 상처의 원천이자 원한과 복수의 대상인 상대 자체를 버림으로써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자 결과입니다." - 『프로이트의 의자』p.215 中
   이 글귀 한 구절이 그 친구가 그 동안 앓아오던 가슴 아픔을 눈물과 함께 치유해주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무의식에 대한 학문, 특히 프로이트학파의 꿈과 무의식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다음날 서점에서 구입해 읽게 되었다.

   『프로이트의 의자』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기본이되는 이드-자아-초자아로 이루어진 구조이론(structural theory)과 리비도-타나토스로 구성되는 욕동의 원칙들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해설을 들려준다. 그리고 차분한 구어체로 진행되어 책을 읽는 동안 정신분석의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해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8세기 중엽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그 당시에는 용인될 수 없는 논문들을 발표하며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100여년의 세월이 흘러 무의식의 중요함이 점점 인정받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 예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의 발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니엘 카너먼 심리학 박사가 수상했다. 다니엘 카너먼 박사의 수상은 비 경제학 학위자에게 수여된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비합리적인 결과들이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두번째 예로 2000년 이후에 발간된 책들 중 리처드 탈러의 『넛지』,말콤 글래드웰의『티핑포인트』와『블링크』, 샘 고슬링의 『스눕』, 그리고 히스 형제의 『스틱』과 같이 인간 심리에 기반한 경영서들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는 김혜남의『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같이 국내 저자가 쓴 심리학 관련 책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인간 심리의 근간이 되는 프로이트학파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 하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서 개봉과 동시에 빠르게 인기몰이에 나선 'Inception(인셉션)'도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액션영화이다. 다크나이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거장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인셉션은 땅이 접히는 놀라운 영상미와 더불어 꿈에서 꿈을 꾸며 그 사이에서 인물간의 갈등을 그려내는 탄탄한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더욱이 꿈을 뽑아내는 '추출자'에서 꿈을 심는 '인셉션'으로 이직을 하면서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던 중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기본이 되는 오이디푸스 증후군을 암시하는 말이 나온다.
임스 -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외에도 꿈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의식의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주변조사를 하는 모습은 마치 프로이트의『꿈의 해석』을 전공한 학자들의 모임처럼 보인다.



   무의식의 세계를 다루는 영역이 정신분석학 뿐만아니라 경제, 경영, 리더십, 그리고 영화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간이 2000년 동안 물 위에 솟은 빙산과 같은 마음을 다루어 왔다면, 앞으로의 2000년은 물 아래에 잠긴 커다란 얼음덩어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세계가 그려질 것으로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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