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부모님께서 다니시던 절이 서울 수유리의 화계사라 숭산스님과 인연이 닿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는 날은 산에 오르는 날이었다. 그만큼 종교에 대한 특별한 믿음 혹은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숭산스님의 말씀을 현각스님이 옮겨 적은『선의 나침반 1, 2』을 통해 선불교(Zen)에 관심이 생겼다. 그 뒤로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템플스테이를 해보며 수미산 화두를 공부해 보았다.
학인이 우문선사께 여쭙기를,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아니하였을때, 죄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우문선사 답하시기를, "수미산!"이라고 하시었으니,
아직도 우문선사의 깊은 뜻은 고사하고 학인의 질문조차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나름의 사색을 통해 없던 종교관이 생긴건 한 가지 수확이다. 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삶의 원칙을 갖는 것이 종교라는 생각이다.무슨 까닭으로 선사께서는 그와 같이 대답하시었나?
하버드 대학원 재학시절 숭산 스님의 설법을 인연으로 출가한 파란눈의 현각 스님은 숭산 스님과의 서신 및 행적에 관한 이야기들을 『부처를 쏴라』라는 책으로 엮었다. 책의 첫 장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말라.
아무것도 만들지 말라.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
아무것도 집착하지 말라.
생각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깨닫기를 원하면 크게 그르친다.
내가 무엇인가.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
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현각 스님이 숭산스님의 말씀을 정리한 첫 번째 책인 『선의 나침반 1, 2』을 영어로 출간하고 기쁜 마음에 한국을 찾아 숭산 스님께 드렸을때 스님은 아무말 없이 책을 빠르게 훓으시고는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여기에 집착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이 책은 독약인 거지. 마구니의 말이야. 아주 크게 그르쳤어. 그러니 당장 갖다 버려."라고 하셨다.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하는 순간 그르치고 바닥을 '방!' 하고 치는 순간 우주가 하나됨을 오직 모를 뿐, 오직 할 뿐이라고 설법하신다. 진리란 이해하는것이 아니라 깨달아야한다. 이미 이곳에 글을 옮긴걸 보면 상당히 그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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